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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uthering Heights

[브로드처치] 밀러하디: 꿈 속의 미아 본문

덕질/단편

[브로드처치] 밀러하디: 꿈 속의 미아

N멀 2019. 10. 17. 01:32

 

 

해가 고개를 들 것 같은 첫 새벽 이었다. 밀러는 그 새벽 속에서도 누가 자신을 발견해주길 바라는 듯 강렬하게 보이는 오렌지색 바람 막이를 입고 잠들어 있는 마을을 뛰어다녔다. 잠을 원하는 머리는 잔두통으로 호소를 해왔지만 밀러는 오늘 새벽엔 들어 줄 마음이 없었다. 다리를 엉켜붙는 강아지 풀을 헤치며, 밀러는 자신의 소중한 가족보다 많이 보는 직장 상사 이름을 불렀다. 알렉ㅡ 하디ㅡ 스산한 바람만이 밀러의 비명같은 외침에 대답했다. 알렉 하디가 사라진지 2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밀러에게 그가 사라졌다는 걸 알린 건 알렉 하디의 하나 뿐인 딸 이였다.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각에 울리는 핸드폰에 밀러는 욕설을 중얼거리며 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떡해요? 아빠가 사라졌어요. 밀러 만큼 가라앉은 앳된 목소리에 아빠라는 말에 밀러는 잠기운이 가득 든 상태로 장난 전화 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을려고 했었다. 액정에 알렉 하디 경위 라고 떠있는 이름이 아니였으면 밀러는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밀러는 그제야 희미하게 우는 소리가 들리는 핸드폰을 귀에다 대며 데이지? 하고 몇번 인사만 나눈 알렉 하디의 딸을 불렀다.

그 후로는 밀러는 몇 안돼는 사람들을 꾸려 이른 시간에 출근 할 수 밖에 없었다. 머리도 묶지 못하고 동료 경찰들과 함께 자신의 상사를 불렀다. 그와 함께 몇 번이고 지나다녔던 마을을, 시내를, 외진 숲 속을 눈이 빠지도록 뒤져봤지만 한 번쯤 한대 치고 싶었던 밝은 갈색 머리통은 보이지도 않았다. 밀러는 마을 사람들도 가지 않는 숲 속을 지나갔다. 서쪽으로 가면 푸른 해변 위에 가파르게 우뚝 솟은 절벽과 비슷한 곳이 있었다. 밀러는 뒤쫓아오는 감을 내쫓는 것처럼 알렉 하디의 이름만 불렀다.

"알렉 하디!"

절벽과 가까워 질 수록 그토록 찾았던 갈색 머리 통이 숲 풀 사이로 불쑥 올라와 있었다. 그를 찾으면 이번에야말로 쥐어 박고 말겠다고 생각한 분노는 다른 감정에 휘발되어 다른 의미로 두 다리가 성큼 성큼 자신의 상사에게 달려갔다. 무슨 생각인 건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상사는 그 큰 키가 고꾸라질 것처럼 절벽 끝에 고개를 숙여, 저승길로 진입하는 아래를 말 없이 보고 있었다. 그를 부르는 성대가 터질 것 같았다. 붉게 달아오른 성대와 함께 숨이 목 끝까지 가득 차 달려가는 몸뚱이를 컨트롤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를 잡아 당기기엔 충분한 실력이 엘리 밀러에겐 있었다. 덥석 항상 와이셔츠 차림의 그에게 볼 수 없는 갈색 잿빛 면 티를 잡고 밀러는 있는 힘껏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쿵, 그제야 끈 떨어진 인형처럼 알렉 하디는 땅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두근, 두근, 두근

밀러는 자신의 품에 비해 크디 큰 상사의 등을 온 힘을 다 해 껴안았다. 아직 천지분간 구분 못해 찾길로 달려가는 어린 막내 아들을 품에 안았을 때 처럼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둥 둥 들려오는 북소리처럼 전신을 울리는 밀러의 심장소리는 그녀 보다 다소 느리게 뛰는 또 하나의 심장 소리가 전해지자 몸은 저절로 진정되어갔다. 그제야 밀러는 아침에 만날 때마다 희미하게 느껴졌던 코롱향이 아닌 그의 체향이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해지는 온기는 밖에 얼마나 있었던 것인지 미지근하다 못해 서늘했다. 밀러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잊겠다는 듯 경위님! 하고 타박하듯 자기 품 안에 있는 상사를 불렀다. 움찔, 그의 등이 크게 들썩거렸다. 살짝 숙였던 부슬거리는 갈색 머리를 몇번 흔들더니 잠에 가득 취해 있는 신경질 적인 표정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밀라...?"
"대체...! 이게 뭔 일,"
"내가 또..."
"또?"

밀러의 되물어보는 질문에 알렉은 자신의 입을 가렸다. 밀러는 난감해 하는 자신의 상사를 보며 경악이 그녀를 지배했다. 
그녀 속에 떠도는 분노는 나올 구석이 없이 소멸되어간다.  

 

아직도 샌드브룩 사건에 살고 있는 알렉 하디

잠들기만 하면 무의식 속 자기 혐오가 몽유병으로 나타나 기회만 있음 죽을려고 하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 자기 곁에 남아있는 데이지 때문에 죽지 못하겠지

그리고 저 절벽 끝에 자신을 붙잡던 밀러를 보고는 그의 곁에 엘리 밀러도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 이후로 어디 가지 않고 그 절벽 위에서 밀러를 기다림 밀러는 그런 알렉 하디를 몇번 데려다 주다가 안되겠다 싶어 살림 합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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