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는 운이 좋다. 대공황시대에서도 가족들 누구도 아픈 사람도 없었고 배를 곪아 어린 동생들을 팔아치우지 않을 정도로 재산이 있었다. 그는 영리했고 외모도 남들 못지않게 잘생겼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를 좋아고 사랑해 마지 않았다. 그 중 아무도 몰라주던 진정한 사랑을 만나 함께 할 수 있었다. 거기다 2차 세계 대전에 끌려가 전쟁포로가 되었어도 평생을 함께한 소중한 사랑이 자신을 구하려 올 정로도 자신은 운이 좋았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신가요?"
이 행운을 제임스 반즈는 놓칠 생각 따위 없었다.
반즈가 지금의 캡틴 아메리카를 만나기 전까지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은 비상상태 모드로 서있었다. 토니는 잘빠진 시계 윗면을 꾹 눌러 아머를 입을려고 했고 언제나 화가 나있는 배너박사의 눈매를 누그러트리던 안경을 벗어 내려놨고 팔장을 끼고 바라보던 샘 윌슨의 등엔 아직도 팔콘의 날개와 비전과 함께 바라보는 완다의 두 주먹에 붉은 기운이 일렁였다. 하지만 반즈 병장은 어벤져스 맴버들이 익히 아는 윈터 솔져의 면모를 보이며 갖은 행패를 부리기 보단 난처한 듯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의 연인에게 더 기가막히고 코가 막히는 한마디를 남기며 다른 의미로 긴장감이 넘치는 의무실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미안해요. 사람을 착각했습니다." "...뭣," "자,잠깐"
유령이란 말에 걸맞게 빠져나가는 반즈의 발걸음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 복도 끝 쪽에 있었다. 띵한 충격에 제일 먼저 깨어난 샘은 뭐가 뭔지 모르고 눈을 깜박이는 자신의 우상을 뒤로 하고 까탈스런 악연인 친구 뒤를 먼저 따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이드라에게 다시 붙잡혀 머리를 해집지 않는 이상 버키 반즈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한마디였기 때문이였다.
"기다리라고 반즈! 너 제정신이야?" "... ..."
자신이 어떤 무시무시한 짓을 저지른 줄도 모르고 평소와 같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흔들며 고개를 돌렸다. 헉헉대는 샘의 입술은 숨이 고르자마자 질탄의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왔고 그 말을 들으면 더더욱 미간을 깊게 파헤치며 버릇처럼 더 뚱한 표정을 짓던 윈터 솔져는 왠일인지 표정을 유지하며 만나면 으르렁 대는 새대라기를 바라볼 뿐이였다.
"그냥....원래대로 돌려놓을 뿐이야"
평소와 같은 눈썹과 평소와 같은 입매와 평소와 같은 눈매였지만 눈빛만은 눈동자 색 만큼이나 깊은 슬픔에 잠겨있다. 샘은 더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다짐하듯 또 다시 눈을 한번 깜박이고 달싹이는 입술은 힘을 주며 무슨 말을 되풀이 할 것처럼 달싹였지만 그저 말없이 뒤돌아 가버릴 뿐이였다.
**
지극히 소박하디 소박한 버키 반즈의 소원은 무참히 깨져갔다.
"안녕하세요?" "... ..." "그래서 이번엔 못 만난 사람을 만났나요?" "... ..." "혹시 그때 말한 그 사람이 캡틴 아메리카 아니세요? 그럼 저 맞아요. 기억은 안나지만 캡틴 아메리카가 저라고 다들 그러더라구요" "... ..." "나중에 저를 찾을때 캡틴 아메리카라고 하지말고 스티븐 로저스를 찾는다고 말해주세요. 제가 기억하는게 제 이름밖에 없어서..." "... ..." "그러고 보니 당신 이름은 뭔가요? 반즈...인 건 아는데?"
그 날 처음 버키 반즈를 본 스티브 로저스는 그 이 후론 반즈만 보면 닭 쫓는 병아리가 따로 없었다. 민망할 정도로 무시하는 반즈의 뒤를 졸졸졸 쫓아다니는 노란 뒷통수를 보며 모두 알게 모르게 고개를 절레 흔들 었다.특히 천재, 플레이보이, 박애 주의자, 억만장자에 놀리기 좋아하는 재앙의 주둥아리 그 토니 스타크도 보름 내리 버터와 치즈와 마요네즈만 섭취해온 사람처럼 질렸다는 시선으로 삐약대며 쫓아대는 캡틴의 짦은 금발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름 빼곤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 바보 상태인데도 저리 좋다고 쫓아다니는 걸 보면 중증이라는 거였다. 무수한 이름 중 하나인 박애주의자 토니스타크가 인정할 정도면 지금의 스티브 로저스의 반즈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절절하다는 거였다.
"보고서는 회의실 책상 위에 올려놨어" "어,어?" "그리고 나 한동안 휴가 좀 받고 싶은데" "휴가요? 무슨 일 있어요 반즈씨?" "가능 할까?"
갑자기 쏘아 올린 버키의 질문과 색이 다른 두 쌍의 벽안이 토니를 향하자 신랄하게 떠들던 그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슬금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큰 눈망울의 갈색 눈이 샘과 나타샤를 향하자 샘은 대번 피하 듯 고개를 돌렸고 나타샤는 그가 타준 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이더니 어깨를 들썩일 뿐이였다. 또 나야...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한숨소리가 함께 토니는 뜨거운 열기로 자신을 쳐다보는 윈터 솔져에게 이거나 먹으라며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제임스." "무,뭐?" "그러게 맨하튼으로 이사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그 집이 맘에 들어? 그럼 휴가 중에 우리들 좀 부르라고. 집들이 하나 화끈하게 해줄테니깐. 어때 스티브?" "나, 나야 좋죠!"
사악할 정도로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생기발랄하게 물어보는 스타크의 모습에 버키는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뻐끔 거렸다. 당장 정신을 차리고 이 상황을 정정해야 하는데 말빨로 지구 상에 이길 자가 없는 스타크 덕분에 어느 새 일주일 후가 버키 반즈 집들이 날로 잡혀 있었다.
"좋아 다들 가는거지?" "당연하지" "할 수 없군. 스콧이랑 피터에게도 연락할게" "그럼 난 바튼이랑 완다에게 연락하지" "그럼 난 우리 달링이랑 저 칠푼이랑 같이 찾아오도록 할게" "누가 칠푼이라는 거죠 스타크씨?" "자, 잠깐" "그럼 기깔라게 집 좀 꾸미고 있으라고 반즈. 다음주에 보자! 프라이데이 제임스 반즈씨 좀 출구까지 모셔다드려라."
'yes boss' 라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반즈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부들부들 떨었다. 표정이 딱 토니 스타크만 아니였음 한 대 칠 것 같은 분에 가득 차 있었지만, 결국 그는 한숨소리도 내지 않고 몸을 돌려 자랑하던 귀신같은 발걸음은 어디가고 티가 나듯 감정이 실은 발소리를 내며 걸어나갔다. 휴, 이제야 한숨 돌리는 토니는 자식 학교 등교를 치룬 부모마냥 고개를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해온다. 할때마다 걸리는 그림자를 알고 있지만 그저 끈기있게 기다릴 뿐이였다.
"저..." "고맙다는 말은 필요없어 캡틴. 우리는 그저 죽고 못사는 어벤져스 냅두고 갑자기 휴가달라는 솔져네 집이 궁금할 뿐이야" "...반즈씨 이름을 알려줘서 고마워요. 스타크씨"
기억을 잃은 그는 딱딱할 만큼 견고하고 아집으로 똘똘 뭉친 고지식한 성격들은 한순간의 허물이였는 듯 이제 막 32살이 된 예의바른 청년처럼 말랑말랑한 인사를 해왔다. 실례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세 문장을 당연하게 달고 사는 저 건실한 청년이랑 몇번 말을 오가면 토니의 팔둑에 오소소 소름들이 올라왔다. 그건 토니 스타크만의 해당사항인지 샘과 나타샤는 곧잘 저 알맹이는 풋내나는 캡틴 로저스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도 뭐 기억나는거 없냐는 샘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는 스티브의 모습을 보며 졸졸 쫓던 두사람을 관람하면서 먹던 블루베리를 입에 마저 털어넣었다.
"그런데 스티브. 대체 반즈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거야?"
짓궂은 듯 가늘게 올라가는 입매를 달고 묻는 나타샤는 변함없는 태도로 캡틴 로저스가 아닌 스티브 로저스로 대한다. 나타샤의 질문에 항상 짙은 밀색 눈썹이 경직되던 평소의 표정과 다르게 지금의 스티브는 귓가까지 은은하게 붉어지며 수줍게 웃었다. 와우 팬걸들이 보면 좋아 죽겠어. 장난스런 생각이 맴돌지만 초장부터 초치기 싫던 토니는 그저 남아있는 블루베리를 먹을 뿐이였다. 어느 새 같이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자 캡틴이 아닌 사랑에 빠진 청년의 표정으로 볼을 긁적이며 스티브는 입을 열었다.
"그냥...처음 보자마자 모든게 좋았어요"
뜸 들더니 나온 한마디에 샘은 그럼 그렇지 하는 눈으로 눈꼴시러운 듯 얼굴을 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티브는 처음 반즈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는지 붉어진 얼굴을 어쩌지 못하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때 처음 본 그의 얼굴은 아무 것도 모르고 불안에 떨며 두근거리던 가슴을 단번에 진정시키며 묘한 안정감을 전해줬다. 헉헉 대며 헝크러진 브루넷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청회색 눈동자가 너무 맑아서 스티브는 자신이 말한 한마디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잠시 깨닫지 못했지만 언제 헝클어진 표정을 보였다는 듯 이젠 다르게 뛰는 자신의 심장과 다르게 차분한 모습으로 '미안해요. 사람을 착각했습니다.' 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깨달았다.
"제임스를 처음 보자마자 뭐든게 괜찮을 것 같은 안정감이 느껴졌어요. 마치 제 모든 걸 아는 것 처럼 말이죠. 이상하죠?"
순진한 청년처럼 웃는 그 미소에 아무도 긍정의 말을 하지 못했다. 기억을 되찾은 스티브도 감당하기 힘들지만 그 스티브랑 연관된 윈터솔져의 행동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각자 큼큼거리며 괜히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던가 마시던 커피를 원샷하곤 자리를 일어나던가 자잘한 딴짓을 해온다. 그런 주변사람들의 낌새가 이상한 걸 본능적으로 깨닫지만 구멍뚫린 치즈가 다 녹아버린 것처럼 아무런 기억이 없는 스티브는 그저 시선을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성큼성큼 뛰듯이 달려온 버키는 이제 막 먼지가 걷힌 자신의 집안으로 들어왔다. 집은 정말이지 먼지만 없을 뿐 무서우리만치도 사람의 흔적이 아무것도 없는 집이였다. 그가 쓰던 단촐한 물건들도 그대로 상자 안에 있으며 구색만 갖추기 위해 사놓은 가구들도 흰 천막이나 비닐에 꽁꽁 쌓여 있었다. 심지어 냉장고는 콘센트 하나 끼어 있지 않았을 정도로 집은 모델하우스 보다 온기하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들을 신경 쓸 틈이 없다는 듯 버키는 한켠에 마련된 마루의 이음새를 꾹꾹 누르더니 지하로 이어지는 공간 하나가 튀어 나왔고 망설임 없이 성인 남성 한명이 간신히 들어가는 크기에 거구의 몸을 우겨넣었다. 그리고 흰 밀가루 포대같은 걸 3덩어리나 가져 온 버키반즈는 욕설을 내뱉으며 이 물건들을 보며 골치아프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단순한 흰 가루같아 보이겠지만 스티브 로저스가 기억을 잃자마자 국가에서 준 보상금을 싹싹 긁어모아 산 헤로인과 코카인들이였다. 이것들을 모은 이유는 간단했다. 버키 반즈는 죽지 못해 사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깔끔히 사라질 생각이였다. 칼과 총으로 죽기엔 스티브가 기억이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서 어벤져스들은 버키가 임무 중에 다치는 걸 원치 않았다. 심지어 부모의 원수인 토니 스타크도 임무 중 일부러 총에 맞고 돌아 온 버키 반즈에게 네가 이렇게 누워 있음 저 고집쟁이 영감을 누가 감당하냐고 소리칠 정도로 다들 버키가 없는 캡틴 로저스를 생각할 수 없는지 겁에 질려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버키는 그저 약에 취해 죽을 생각 이였고 그게 안되면 아예 가스를 폭발 시켜 이 집을 태워 먹을 생각이였다. 그럴 수 있는 건 버키 반즈는 70년 동안 받은 고문과 학대 흔적으로 아직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좋은 약을 처방받아 먹는 상태일 만큼 만성 우울증, 불면증, 조현병 증상이 있는 중증 정신병 환자였기 때문이였다. 정말 꿈같은 자살을 기대하며 여태까지 참고 기다렸는데 심지어 이번 임무 때 사고사로 만들기 위해 완벽하게 빼돌린 소형 폭탄도 못써보고 저 넘치는 마약들을 손톱 만큼도 못쓰고 폐기 처분할 상황였다. 버키는 아까전에 본 토니 스타크의 얄미운 갈색 눈을 예쁘게 접고 콧수염이 돗보이도록 웃던 그 면상이 떠올라 이가 갈렸다. 이미 시빌워 이후로 페퍼 포츠와 다시 잘 되다 못해 결혼까지 한 아이언맨의 임무까지 다 도맡아서 해왔는데 이럴 줄이야. 하루하루 자신을 보며 아는 척 하며 따라오는 스티브의 모습 때문인지 버키의 신경은 날로 날카로웠다.
일단 이사를 한 이유로 버키 반즈를 감시하는 요원들은 실질적 임시 휴가에 들어가 있었다. 그도 그럴게 버키 반즈가 이사한 집은 주택가도 아닌 외딴 섬 같이 커다란 정원이 딸렸지만 정원이 다 인 것처럼 작은 집이였고 그들은 모두 기억을 잃기 전 버키 반즈의 연인인 캡틴 아메리카의 명령으로 구성된 팀이 였고 지금 캡틴이 임무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아프게 되자 비상상태로 있던 요원들도 현장임무를 위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최소한 남아있는 요원들을 파악하고 그들이 방심하는 틈을 타 이 약들을 하이드라 때 가지고 있는 과거 신분의 거취로 옮길 생각이였다. 아무리 캡틴 아메리카라고 해도 원터 솔져가 가지고 있는 세세한 과거까지 다 알진 못했다. 생각이 정리되자 내일 당장 평범한 빈 박스 상자를 골라야겠다고 버키는 생각했다. 버키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거실로 나와 쇼파를 감싼 천막을 걷었다.
**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짐"
문을 열자 처음 들어온 사람은 살짝 부푼 배를 감싼 페퍼였고 그녀는 당연하게 어정쩡하게 굳어있는 그의 고개를 끌어다 유럽식 인사를 전하며 들어왔다. 그 옆에 페퍼가 준비한 듯한 음식들과 와인을 가지고 온 토니 스타크는 짐들을 새것같은 식탁위에 아무렇게나 두고는 당장 나도 못받아본 볼키스를 다 받았다며 툴툴대며 페퍼를 감싸안았다. 어쩔줄 몰라하는 버키는 입을 떼기도 전에 페퍼의 입술이 이슬이 내리듯 토니의 입술을 가볍게 누르다 떨어진다. 그 모습을 보던 버키는 그저 오랜만에 받아보는 타인의 접촉에 볼을 한번 쓸어볼 뿐이였다.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제임스" "!" "저...저도 짐이라 부르면 안될까요?"
들려오는 그리운 목소리에 버키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사랑하는 밀빛 금발머리가 단정히 정리되어 넘겨져 있고 그토록 잘 어울리는 네이비 티셔츠를 입고 온 스티브의 모습을 담을 뿐이였다. 그러다 스티브가 묻는 말 한마디에 정신이 돌아온다. 기대감에 가득찬 자신과 다른 맑은 벽안에 여태 높게 쌓아올린 장벽이 무참히 허물어져간다. 누군가가 잡아 만지는 듯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 모습에 너무나 그리웠던 어린 시절의 그 모습처럼 수줍어 보이는 미소에 시선을 잃는다.
"둘이 연애하는 건 안에 들어가서 하면 안되냐? 어?"
타박하는 샘의 목소리와 부루퉁한 얼굴이 스티브의 등 뒤에 들리자마자 파드득 놀란 그가 당장 문가 쪽을 피해 들어왔다. 버키를 잃어버린 스티브이지만 평소 뿌리는 향수와 체향은 그대로 인지 가까이 다가온 스티브에게서 익숙하고 향기로운 향이 버키의 코끝에 스친다. 기다렸다는 듯 샘을 시작으로 나타샤 바튼 배너박사 완다 비전이 들어왔다 어벤져스 타워에 가면 항상 곁에 있는 사람들이였다.
"반즈가 우리를 위해 뭘 준비했는지 볼까?" "별거 없어." "그럴 줄 알고 우리들이 각각 가져왔지"
주거니 받거니 떠드는 동료들 덕분에 처음으로 집에서 사람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언제 켰는지 한켠에 자리잡은 레코드판에선 40년대 유행하던 경쾌한 재즈곡이 은은하게 퍼졌다. 버키는 자기가 차린 음식들을 주변으로 다른 나라에서 공수해 가져 온 듯 독특한 음식들로 이루워진 식탁으로 갔다. 30년대 유행하던 파티 음식을 중심으로 토니 스타크가 가져온 중국요리들이 나타샤가 가져온 상큼한 야채가 가득한 베트남 음식이 샘은 시원한 맥주가 떠올리는 바베큐 텍사스 음식들이 각자 맛있는 향과 빛깔을 띄었다. 버키는 그저 맥주병 하나와 작은 바베큐 한점을 접시에 담고 이미 한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있는 쇼파 근처로 다가지 못하고 2층 다락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전히 자신은 사람과 어울릴 수가 없었다.
"짐"
사람 손 떼를 잃은 정원이 스산하게 움직이는 걸 바라보던 버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토록 피하고 싶던 자신의 모든 것, 스티브 로저스가 서 있었다. 자신에 대해 한 톨도 아는 게 없으면서 그는 마치 예전 버키를 바라 볼 때처럼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버키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래 스티브 로저스는 어릴 때부터 남의 기분에 예민한 아이였다. 사람이 힘들때 요란하게 위로하고 기운을 복돋아 주던 옛날의 버키 반즈와 다르게 그저 함께 앉아 그 사람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줬다. 왠지 흐릿한 기억 속 얼마 없던 스티브의 모습이 떠올라서 버키는 자신도 모르게 바람빠지는 웃음소리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왜 여기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지" "그냥...왠지 별로라서... 지금 짐과 있는게 더 좋아요"
그렇게도 궁금했던 스티브의 속내가 모든 기억을 잃자 또 너무도 쉽게 알게 된다. 취하지도 않던 맥주병 입구를 물고 있던 버키는 사례라도 걸린 것처럼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옆에 있는 스티브가 더 가까워 진다. 괜찮아요? 들리는 상냥한 말씨에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고개를 들지도 못한다. 지금 가까이 느껴지는 스티브의 숨결에 얼마나 가까워져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 이였다. 너는 정말이지... 문득 치미는 서러운 듯 한 감정을 새삼스레 느낀다. 그는 쉽게도 버키 반즈에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항상 안달이 나있는 건 자신이였다. 남의 속도 모르고 쉽게도 사람의 마음을 허물고 들어오는 스티브는 언제나 특별했고 사랑스러웠다. 그 옛날엔 혼자 알고 언젠가 그 만의 진가를 알아 볼 때까지 지켜주던 자신이였기에 망가진 지금으로선 더더욱 자신은 스티브와 있으면 안돼는 거 였다.
"이봐 어디 갔나 했더니 벌써 데이트 하냐!" "새,샘 우리는 그냥" "장난 치지마 윌슨."
벌써 얼큰하게 취해 있는 샘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들어올려고 하자 가뜩이나 두 정장이 있어 비좁게 느껴지는 다락방은 터질 것 같았다. 제법 냉랭한 말투가 톡 터지며 버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 무르익은 술파티 거실로 내려갈 뿐이였다. 뒤에선 요 며칠 듣던 스티브의 존댓말이 뒤따라 오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흐르자 함께있던 이들 중 임신한 아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전에 토니는 상전을 모시는 하인처럼 제법 둥근 페퍼의 배가 무리가지 않도록 허리를 받치며 먼저 파티를 떠났고 그 다음으로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바튼이 자리를 떴다. 결국 남아있는 이들은 타워를 제집처럼 머무는 이들 밖에 남지 않았고 몇명은 벌써 러그를 침대삼아 잠들어있었다. 이럴 줄 알고 이틀전에 사놓은 얆은 담요들을 꺼내 한명 한명 잠든 동료들의 위로 넓게 펼쳐진다. 한밤 중이라서 차가운 기온을 알고 있는지 부드러운 담요의 촉감을 느끼며 더 깊이 파고들었다. 혼자 남은 버키는 이리저리 나뒹구는 술병들을 집어 들었다. 쨍,쨍 왼손으로 집어들때마다 요란한 유리잔 소리가 울린다. 70년간 하이드라에서 살던 그는 의식하지 않으면 왼손이 먼저 나갔다. 결국 어둠 속에서도 은은한 빛을 내뿜은 스탠딩 조명에 따라 요란하게 반짝거리는 강철팔을 옆구리에 붙이고 오른손으로 하나하나 병을 주웠다. 하지만 얼마 안가 오른손으로 잡을려고 뻗은 병이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공중으로 떠오르자 숙였던 고개를 저절로 위로 향하자 피곤함을 모르듯 쌩쌩한 스티브가 자신을 향해 웃는다.
"왜...안자고..." "술을 마셨는데도 취하지 않더라고요. 기억을 잃어서 그런지 잠도 잘 안오고..."
그리고 짐도 혼자 있으니깐 눈이 감기지 않네요. 목석처럼 무뚝뚝한 그 스티브 로저스와 전혀 다르게 지금의 스티브는 자연스레 버키를 향한 달콤한 말을 내뱉었다. 귓가가 단번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버키는 아무 말 하지못하고 스티브를 향한 시선까지 거두어 폭탄이라도 터진 듯 엉망으로 어질러진 자신의 식탁 옆에 배치된 의자에 앉을 뿐 이였다. 고개가 계속 바닥을 보고 있지만 작은 소음과 함께 왼쪽에서 사람의 숨소리가 느껴졌다.
"...잠이라면 거실 왼쪽으로 걸어가면 침실이에요. 잘 안써서 바로 잠들기 편할겁니다." "그럼 짐은 어디서 자요?" "나는..."
그 질문에 보름 전 만해도 한 침대에서 잠들던 추억이 떠올랐다. 쉽게 잠들지도 못하고 혹 잠들어도 얼마안가 악몽에 비명지르며 깨는 자신을 위해 항상 팔배게나 품에 끌어안고 자던 스티브의 숨결과 체온이 심지어 잠기운이 얼핏 든 달콤한 자장가가 괜히 버키의 감정을 축축하게 적신다. 말을 잇지 못하고 추억속에 허우적 대는 그의 모습을 스티브는 눈을 깜박이다 주먹을 꽉 쥔 강철팔에 자신의 손을 올린다. 그제야 버키는 그 손을 힐끔 바라보다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려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입을 열었다.
"불면증이 있어서 잠이 잘 안와요. 그러니깐 당신이 쓰는게 더," "이 팔 때문이에요?" "...네?" "아까 다락방에 올라오기 전에 침실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짐을 찾다 들어가게 된 거라서...미안해요" "아니,아니에요." "거기서...일부러 볼려고 한게 아닌데...그 선반위에 약들이 많던데...팔 때문인가 해서"
죄인처럼 들지 못한 고개가 스티브를 향해 움직였다. 버키의 청회색 눈동자 가득 기억을 가졌던 그때처럼 자신이 강철팔을 달고 하이드라에게 70년동안 학대를 받은 것처럼 울상을 짓던 그 표정을 지금 하고 있었다. 그는 한번에 봐도 위험이란 기름으로 번들대는 하이드라 강철팔을 겁없이 터치하더니 지금은 부서져 버릴까 봐 겁이 나는 것처럼 부드럽게 강철 손을 만지며 손깍지를 껴왔다.
"대체...나에게 왜이러세요?" "...뭐가요?"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왜 그러시냐구요" "그게 무슨 상관 있나요?" "네 있어요. 난...당신이 알면 소름이 끼칠정도로 끔찍한 짓을 한 사람이에요"
부드럽게 거절하는 목소리와 다르게 목소리가 성대를 치고 나올땐 알알이 박한 가시들이 피가 맺힐 정도로 긁으며 나온다. 그토록 잡고 싶었던 그 손을 버키 스스로 놓았다. 도망치듯 일어날려고 띈 엉덩이는 다급하게 다시 잡아오는 그 손에 다시 앉았다. 처음으로 기억을 잃은 그 얼굴에 떠올릴 수가 없던 말도 안돼는 소고집을 부릴때 짓던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부리부리하게 뜨는 그 표정에 버키는 놔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표정을 짓고 있는 스티브를 버키는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기에 긴장감에 침이 저절로 삼켜진다.
"그건 제가 알아서 판단해요."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말아요." "그것도 다 제가 판단해요. 당신이야 말로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 거에요? 얼마나 나를 편협한 사람으로 보기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도망갈려는 거에요?" "내가 어떻게 당신을 몰라요. 당신은 캡틴," "그게 아닌 걸 잘 알잖아요 짐. '당신'도'캡틴'도 아니에요. 저도 나에 대해 많은 걸 알지 않지만 오히려 뚜렷하게 두가지를 알고 있어요. 내이름은 스티브 로저스 이고"
안돼. 말하지마. 스티비 그만해 내가 그러면 난 도망칠 수가 없어. 애원의 울음이 성대까지 치고 올라오지만 좀처럼 두 입은 떨어질 줄 몰랐다. 그걸 무시하는 듯 다시 깍지를 낀 손을 잡아 당긴다. 평소였음 손짓 한번에 떨어질 힘이였지만 강철 팔이 고장이라도 난듯 딱 붙은 스티브의 손을 따라 몸이 끌려간다. 익숙하고 그리웠던, 엉망인 추억 속에서 뚜렷하게 기억하는 기분 좋던 스티브의 체향이 전해진다. 거의 강철어깨로 된 버키의 왼편은 어깨가 없는 대신 왼뺨과 왼쪽 목선은 예민하게 체온과 숨결을 캐치해온다. 맞닿는 가슴이 평소 스티브의 심장소리처럼 빠르게 뛰고 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걸 알자 문득 버키는 울고 싶어졌다.
"첫눈에 짐에게 반했다는 거에요. 짐. 난 당신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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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둠이 있었냐는 듯 공기는 푸른 새벽이 찾아온다. 스티브와 떨어진 이후로 심해지는 악몽과 불면증으로 버키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스티브의 고백 끝으로 오랜만에 같이 잠든 그 침대에서 어떤 악몽도 없이 눈을 떴다. 싱글 사이즈다 보니 같이 엉켜 자던 몸을 슬그머니 풀자 그게 싫었는지 잠투정을 부리며 버키가 있는 곳으로 몸을 뒤쳑인다. 그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걸리는 기분이였다. 마치 같이 함께 했던 그때처럼 평온하고 순진 해보이는 그 얼굴을 보며 망설이 듯 천천히 그 얼굴을 부드럽게 쓰담아본다. 버키의 따뜻한 오른손이 오랜만에 스티브의 볼에 닿았다. 그러면 언제나 나른한 잠기운과 함께 미소짓던 그 소중한 얼굴이 버키를 반길 것이다. 내일이면 약들이 돌아온다. 이룰 수 없는 소망이지만 마지막으로 그 미소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한다. 스티브...몇번이나 입에서 터질 뻔한 이름을 부드럽게 속삭였다. 스티브...스티비 내 작은 스티비. 그 옛날 비실이 스티브는 진저리 치며 싫어했지만 지금의 스티브는 좋아 죽는 그 애칭이 부드럽게 입밖으로 튀어 나왔다.
"내가 너를 어떻게 평가해. 나도 너처럼...처음 봤을 때 부터 좋아했는 걸..."
마지막이니깐 이정도 욕심은 괜찮지 않을까? 슬금슬금 스티비가 아팠을 때 처럼 부드럽게 이마와 볼을 닦던 그는 결심한 듯 잠든 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춘다. 촉.촉. 한 번 두 번 입을 맞추다 아쉬움을 가지고 떨어졌다. 언제나 스티브와 함께하는 키스는 아쉬웠다. 언제나 안고 있어도 계속 안고 있을 수 없어 슬펐고 보고 있어도 평생을 그 얼굴만 볼 수 없어 그리웠다. 아직 잠들어 있는 스티브를 위해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
"사랑해 나의 작은 스티비."
이걸로 끝이다. 이제는 이별할 시간이였다. 한번 더 입맞추는 건 어떨까? 하고 망설이다 결국 일어나기 위해 살금살금 이불 속으로 빠져나오자마자 힘이 가득 든 손이 버키를 감싸 안았다. 어? 어? 바보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오고 콧 속 가득 풍기는 스티브의 진한 체향이 느껴진다. 그리고 귓가를 속삭이는 나른한 목소리.
"나도 사랑해 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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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서로 사랑고백하고 섹스하면 된다는 거였네" "아드레날린이 분비하면 몸에 충격이 오며 테러리스트 쏜 세뇌빔 효과 사라지는 거에요. 토니"
작은 목소리지만 직설적인 그 말에 배너 박사가 민망한 듯 목을 가다듬으며 정정해온다. 하지만 더 심각한 건 두 슈퍼솔져였다. 기억을 잃은 만큼 사랑하느라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기억을 돌아 온 스티브는 언제 말랑말랑한 순진한 청년이였냐는 듯 딱딱하게 굳어서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며 그만큼 눈도 못마주치고 안절부절 시선을 돌리는 버키 반즈는 혼나기를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도 그럴게 지금 둘 사이엔 밀가루 3 포대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말이 밀가루 포대 지 저 안에 있는 건 일격에 주님 곁으로 보낼 수 있는 헤로인과 코카인이 섞인 마약이란 걸 알자 저 둘은 기억을 찾아 기뻐하기도 전에 몇시간이 나 저러고 대치 중이다.
"그래서 이 약을 출처는 뭐죠? 제임스 뷰캐넌 반즈씨?" "그게 말이지. 스티비. 그게..." "뭐가 필요해서 제임스 뷰캐넌 반즈씨가 이런 약을 구했을까? 이렇게 많으면 아무리 슈퍼 솔져라고 해도 죽을 수 있을 것 같은데...거기다 집청소를 해보니 가스 배관에 왜 소형 폭탄이 대롱대롱 달렸을까요? 거기다 기억을 잃었을 때 나를 그렇게 피하시던데요? 지금 제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나요? 제임스 뷰캐넌 반즈씨?" "아니야 절대!" "그럼 이 약을 왜 구하셨냐고요? 말씀해주시죠."
도돌이표 찍는 대화상황에 되려 토니까지 하얗게 질리는 것 같았다. '와 지금 우리 사랑하는 아내님이랑 잔소리 하는게 똑같아. 난 숨막혀서 도망 갈란다.' 빠르게 읎조리더니 자신에게 버키의 시선이 닿자 절대 못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벗어났다. 당연히 스티브를 검사하던 배너 박사도 검사 끝났다는 말과 함께 부랴부랴 따라 나가버린다. 하아. 왠지 모르는 배신감에 버키는 한숨밖에 안나온다.
"말해 보라니깐요. 제임스 뷰캐넌 반즈씨?" "그,그게 말이야...어...너,넌 아무것도 기억 못하고...그러다 보니 악몽도 심해지고...환청도 들리는 것 같아서..." "그럼 이런 약이 아닌 제대로 된 처방전을 받은 약을 먹어야지!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거야!?" "약,약 안 했어! 일단 사놓기만 한거야! 그....그리고 그땐 너도 힘들때고 가끔 심심하고 외롭고 그래서..."
진짜 입밖으로 나오는 모든 것들이 버키 스스로가 들어도 어처구니 없는 말들 이였다. 지금 자기 입은 소위 말하는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효과가 있었는지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던 스티브의 얼굴이 단번에 사르르 녹아 활짝 미소를 지었다. 스티브도 버키의 말에 어이가 없어 정신을 놓은게 아닐까 생각이 들정도로 환한 미소여서 버키는 등뒤로 소름이 쫘악 끼쳤다.
"그럼 당장 나한테 말을하지. 그때나 지금이나 난 너를 사랑하고 있었잖아?" "으,응...그렇지...?" "그렇게 외롭고 심심했다니 내가 우리 버키 마음도 몰랐네. 마약 만큼 기분 좋은 거 하면 되겠지? 오늘 하루종일 섹스하자"
뭐,뭣? 저렇게 발랄한 얼굴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버키는 놀라 입을 떡 벌렸지만 스티브는 낮은 목소리로 '아무도 이방에 들어보내지마 블라인드 쳐 줘 프라이데이.' 하는 소리를 내뱉을 뿐이였다. 코너에 몰린 쥐처럼 버키는 벗어나기 위해 문가로 달려갔지만 캡틴 아메리카 이름값처럼 스티브가 더 빨랐다.
"또 날 버리고 어딜 갈려고 버키?" "스티비 잘못했어. 용서해 줘 다음부턴 절때 그런 짓 안 할게." "그건 내일 마저 듣자 버키"
부욱- 나타샤가 옷입는 꼬라지만 보면 화가 난다고 골라 준 맨투맨이 무참히 찢겨졌다. 두 발로 걸어나갈 생각하지마 버키. 다정한 스티브의 목소리와 다르게 안돼애-! 하고 소리치는 버키의 목소리는 공포에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