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thering Heights
해가 고개를 들 것 같은 첫 새벽 이었다. 밀러는 그 새벽 속에서도 누가 자신을 발견해주길 바라는 듯 강렬하게 보이는 오렌지색 바람 막이를 입고 잠들어 있는 마을을 뛰어다녔다. 잠을 원하는 머리는 잔두통으로 호소를 해왔지만 밀러는 오늘 새벽엔 들어 줄 마음이 없었다. 다리를 엉켜붙는 강아지 풀을 헤치며, 밀러는 자신의 소중한 가족보다 많이 보는 직장 상사 이름을 불렀다. 알렉ㅡ 하디ㅡ 스산한 바람만이 밀러의 비명같은 외침에 대답했다. 알렉 하디가 사라진지 2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밀러에게 그가 사라졌다는 걸 알린 건 알렉 하디의 하나 뿐인 딸 이였다.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각에 울리는 핸드폰에 밀러는 욕설을 중얼거리며 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떡해요? 아빠가 사라졌어요. 밀러 만큼 가라..
거의 중독 수준
제 불행은 거부 할 수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인간실격 이제야 만난 아이는 고작 23살이었다. 23살. 모든 것이 불안하고 위태로웠고 그렇기에 제 손으로 망처버렸던 최악의 시기. 그 시기가 이제는 하나뿐인 아들까지 뺏어갈려고 한다. 아나킨은 부쩍 잠이 많아진 아이의 손을 잡으며 차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눈물이라는 것은 감정을 흐리게 만들어 상황을 가리게 한다. 포스에게 갉아먹혀가는 듯 자신보다 창백해진 루크의 이마를 쓸었다.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만 씨늘한지 펄펄 끓은 건지 아들의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 의수가 오늘따라 너무 야속하다. 그런 자신의 포스가 잠든 아이에게 닿은 것일까? 살이 푹 꺼진 눈꺼풀 위로 눈동자가 돌아가는게 보이더니 그토록 예쁜 눈동자가 아나킨을 반겼다. “아버지..
※캐릭터 사망 소재 있습니다 주의! 그가 꿈에 나오면 오한으로 인해 항상 침대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 하늘 꼭대기까지 밝다 못해 쨍한 태양의 차지가 될때까지 땅 속에 있는 매미처럼 몸에 힘을 쭉 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항상 절반은 죽어 있는 이가 느리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잠도 없는지 나의 수면의 절반도 체 채우지 못하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계란 토스트 했어""또 뭐 태워 먹은 건 아니지?" 마비라도 온 듯 꼼짝 못하는 몸이 생명이라곤 없는 딱딱한 왼손이 등을 지긋이 누르자 그제야 마비라도 풀리 듯 몸이 움직인다. 타박하듯 장난스레 말을 걸자 차갑다 못해 시체처럼 서늘한 청회색 눈동자가 느리게 빛을 담더니 얕은 숨소리와 함께 입꼬리를 올렸다.같이 ..
모든게 흑백으로 보이는 이 세계에서 한 마리의 너구리는 몸을 웅크릴 수 밖에 없었다. 짦은 주기로 찾아오는 복통에 그 누구보다 사람다운 말을 하던 주둥이는 짐승 같은 끙끙 소리가 절로 나왔다. 누구보다 짐승새끼처럼 시꺼먼 앞발이 기형아처럼 튀어나온 배를 몇 번이고 쓸어보지만 결국 너구리의 가랑이에선 팍 하고 물풍선이 터지는 듯한 물소리와 함께 줄줄줄 양수를 흘렸다. 너구리는, 이 세상 유일하게 개조된 라쿤인 로켓은 이제야 시작되는 진통과 출산에 뾰족한 어금니가 자랑인 주둥이에 힘을 주었다. 그 너구리가 끙끙거리며 핏덩이를 낳을 때까지 소형 우주선 넘어 세계는 매마른 나무들과 사막들 만이 요란한 바람 소리를 내지를 뿐이였다. 몇 번이고 기절할 것 같은 너구리의 적갈색 눈동자에는 유영하는 물고기마냥 흐르는 ..